노컷뉴스 사회 | 2009.10.08 여기를 누르시면 기사로 이동합니다.
의식 개혁의 요람 '제1가나안농군학교' 50여 년 전통 '가나안'에서 배우는 근면과 나눔의 의미
삶은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정신적 요소에 그 의미를 둔다면, 더욱 풍요롭게 누릴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삶의 가난’이란 물질적 가치에 얽매여 보다 더 의미 있는 가치들을 상실할 때 느낄 수 있는 빈곤함 일수도 있기 때문. 산업화와 함께 가족제도가 붕괴되고 도덕불감증이 면면히 드러나는 시점, 50여 년 전통의 역사를 올곧게 지켜가며 근면과 사랑, 효와 나눔의 의미를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1962년 설립 이후 70만 명 이상의 수료생을 배출한 경기도 하남시에 자리한 ‘제1가나안농군학교’가 그 곳.
이 학교는 급격한 시대 흐름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인성교육의 중요성과 생활규범에 관련한 교육을 실시, 바람직한 인간상을 제시해 온 전통교육의 요람이다.
최근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부지 발표와 더불어 유서 깊은 이곳이 철거 위기에 처했다. 이와 관련해 전통학습 요람인 가나안농군학교의 역사적 의의를 살피고, 향후 존립에 관련한 사안을 다루어 본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 시대를 관통하는 가나안의 '효'
가나안농군학교 김평일 교장은 ‘인간은 어떻게, 무엇을 위하여 사느냐’가 중요한 관점이라 말한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양심을 회복하고, 타인에 대한 존경과 관용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절실한 것은 ‘인간성’의 회복이며, 이는 사랑의 근원 정신에 해당되는 ‘효(孝)’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나안농군학교’의 정신은 바로 이러한 ‘효’ 사상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효는 지역과 언어, 풍습, 관습이 다를지라도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관으로 여겨져 왔다. 수천 년을 지내오는 동안 그 정신은 깊이를 더해갔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효 사상은 근본 가치관이 점차 붕괴되었고, 더불어 인간성은 상실되어 갔다.
가나안의 김 교장은 ‘효는 인간애의 출발점이며, 사회 질서를 바로 세우는 가치 덕목’이라 이야기한다. 지금은 시대에 맞는 현대적 ‘효’ 사상의 정립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요지. 낡은 유산으로 취급할 것이 아닌, 현대적 가정 윤리의 기반으로 정립된 ‘효’ 사상이 필요한 시점이라 말한다.
‘가나안’의 ‘효’는 이러한 의미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단지 행동의 덕목을 지닌 ‘효’를 넘어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참 삶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정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군사 문화의 획일적 사고와 중앙 집권적 권위주의에 젖어 살았으며, 양적 성장만을 추구해 온 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정신문화의 쇠퇴와 도덕적 타락이 구조적인 비리와 부정부패로까지 이어진 부분도 없지 않았다.
가나안농군학교는 ‘효’ 정신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통해 도덕성 회복을 위한 교육을 담당해 왔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이었던 ‘새마을 운동’의 모태가 되었던 곳도 바로 ‘제1가나안농군학교’다.
의식·생활·인격 혁명의 모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의 이상
‘제1가나안농군학교’는 1962년 2월 1일 지금의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에서 개교했다. ‘가나안’이라는 의미는 첫째 ‘약속과 희망의 땅’, 둘째 ‘잃은 것을 회복함’, 셋째 ‘하느님이 감독하심’, 넷째 ‘젖과 꿀이 흐르는 복지(福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제1가나안농군학교’는 60여 년간 농촌 잘살기 운동과 복민운동에 생을 바친 고(故) 김용기 선생이 설립한 곳이다.
그는 1931년 경기도 남양주군에 위치한 봉안에 제1차 개척지인 ‘봉안이상촌’을 건설하고, 1946년 현재 서울 구기동에 해당하는 경기도 고양군 은평군 구리기 과수원에 제2차 개척지인 ‘삼각산농장’을 세웠다.
이어 1950년 경기도 용인군 원삼면 사암리에 제3차 개척지인 ‘용인에덴향’을, 1954년 지금의 경기도 하남시인 경기도 광주군에 제4차 개척지인 ‘가나안농장’이 자리 잡게 된다.
‘가나안’의 교육목표는 민족의 주체성 확립과 ‘효’ 교육을 통한 바람직한 윤리규범의 생활화에 기반하고 있다. 책임 있고 민주적인 지도자의 자질 배양과 더불어 올바른 국가관, 사회관 및 인생관의 확립을 지향한다. 또한 자기극복을 통한 개척정신의 생활화와 더불어 근검절약으로 건전한 경제생활을 실천함에 그 의의를 두고 있다.
‘가나안’은 인간의 근본정신인 ‘효’사상을 바탕으로 심신의 단련을 통한 정신력 강화를 도모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교육생 전원이 합숙을 하며 교육을 받고 규율 있는 단체생활을 통해 자율적인 인격형성을 도모함을 모토로 한다.
‘가나안농군학교’는 2006년을 기점으로 해외교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중국과 태국 등지의 공무원들이 방문해 ‘가나안’의 정신을 배우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몽골과 우간다 및 탄자니아, 파라과이 등지 에서도 ‘가나안’의 근본정신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자타공인 ‘가나안농군학교’는 유서 깊은 전통 교육지의 요람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건설과 관련해 ‘가나안’은 철거 위기에 놓였다.
전통 정신의 맥을 잇고 선진국 대열의 정신적 기반의 토대를 마련했던 ‘가나안’은 설립 이후 최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도시개발의 시행’과 ‘전통의 보존’ 간 합의를 마련키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절약과 근로·봉사·희생의 모토였던 ‘가나안’. 의식개혁의 요람이자 새마을 운동의 모태인 이곳은 현대사의 상징적 공간으로서의 의의가 충분한 곳이다.
‘전통의 가치’와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자연스럽게 조우시켜 가는 것. 현재, 첨단의 시대를 걷고 있는 현대인들이 한번쯤 고심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